엽서수필 4 : 수필과 그림사이, 그 환희 |
25. 둘째형 칠순잔치
이영백
남자 인생사 갑년이 중하지만, 사회적으로 그 사이에 9년이 늘어 칠순이라는 잔치가 유행한다. 돌아보니 큰형은 더 오래 사실 모양으로 칠순을 넘겨 뛰고 둘째 형이 칠순잔치 하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둘째형은 아들 둘에 딸 다섯을 두었으니 그 딸네들이 칠순잔치를 하자고 주장하였지 싶다.
근무 중에 전화가 왔다. “동상, 내일 내 칠순 한다. 제수씨하고 내려오너라.” 대답도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뚝 끊어졌다. 막내 동생에게까지 칠순잔치 한다고 연락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할 뿐이다. 막내 동생이 큰조카와 한 살 차이니 영 껄끄럽다. 형식상 동생일 뿐이다.
내자가 먼저 둘째형 집으로 내려갔다. 나는 근무마치고 내려가니 그런 내가 민망하다. 칠순잔치를 현대화 한다고 해서 딸네, 사위, 아들, 며느리에 손자 ㆍ 손녀까지 권식만 해도 시끌벅적한 잔치집이 된다.
둘째형은 일찍 6ㆍ25전쟁으로 4km 피난간 곳에 눌러 살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고향으로 다시 와 살게 된 것이다. 둘째형은 체구가 작어마하지만 힘은 과히 장사급이다. 아버지와 오랫동안 목수생활에 목재 다듬기에 일가견이 몸에 배었다. 시골에서 이발 기술을 익혀 가을수곡까지 받아 챙겨서 수익이 늘었다. 뿐만 아니라 시대가 바뀌면서 보일러기술을 또 배워 농촌에서 재주꾼이요, 살림을 많이 늘리게 하였다.
일곱 자녀를 두어 처음에는 공부를 못 시켰으나, 현대시대를 만나 딸들도 대학교를 여럿 보내고 사위도 잘 맞아들이었다. 삶에는 남부럽잖은 살림을 영위하였다. 그렇게 살아오면서 칠순잔치를 맞이한 것이다.
둘째형이 칠순에 이르렀으니 오형제와 자녀 칠남매, 손자ㆍ손녀로 와글와글하여 사람 사는 집으로 참 보기 좋았다. 상차림에 현수막을 높이 달고 사진도 촬영하였다. 한 장의 사진이 도착하여 보관 중이다. 인생칠십고래희에 도달하였다. 기쁘지 아니한가? 칠순 고희잔치에 모두가 축하드렸다.
칠순잔치는 시골에서 장수의 표본이다. 우리 집안에 모두가 단명이어서 앞서 아버지(76)ㆍ어머니(73)만 고희를 겨우 넘기던 시절이다. 그렇게 둘째형은 칠순자치를 잘 치렀다.
내가 일흔이 되었을 때는 칠순잔치를 하지 않는다하여 생략하였다. 이제 팔순잔치를 기다려야 하는가? 둘째형은 고희잔치하고 구년을 넘기었다.
(20211028. 목. 교정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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