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부룩송아지
이영백
흔히 요즘 말로 소는 누가 키우나? 우리 집에서는 여러 사람이 소를 돌보았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몇 마리의 소를 키웠다. 소는 풀과 짚, 콩, 콩잎 등을 먹고 자랐다. 특히 일소에게는 여물죽을 쒀 주어서 화식하였다. 그러나 무논을 갈고 나면 소도 축력에 고갈이 오고 아파하며 여물도 잘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때 술도가에서 막걸리를 통째로 사다가 머리를 쳐들어 붙잡고 술을 먹인다. 아버지의 오랜 노하우가 그것으로 특효약이었다.
소의 새끼는 왜 “송아지”라고 부르는가? 송아지의 어원이 “소+ㅇ+아지”이다. “본래 것보다 작은 것에 붙여진 이름”으로 강아지, 망아지 등으로 “아지”는 작다는 것으로 새끼를 말한다. 소의 새끼가 송아지다.
네 번째 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암소를 몰고 가서 외양간에다 키웠다. 1957년 4월 1일에 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집에 돌아오니 그날 오후 우리 집에 암소가 송아지를 낳았다. 그 송아지는 매우 축복을 받았다. 태어나자말자 순간에 힘을 모아 벌떡 일어나서 조금 비틀거리다가 곧추 서서 걷기 시작하였다. 정말 신기하였다. 그래서 소는 힘이 센가 보다.
송아지 한 마리가 더 늘어가면서 일이 배가하였다. 어미 소와 함께 있을 때는 괜찮지만 어미 소가 일 나가면 극구 따라나서겠다고 일을 저지르기 시작하였다. 셋째 형님이 애지중지 키워놓은 담배 밭에 들어가서 담배모종을 제 마음대로 짓밟아서 자라던 담배모종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우리 집 식구 모두가 그 부룩송아지를 무서워하였다. 작은 수소가 말썽을 곧잘 일으켜 식구들이 두려워하였다. 저질러 놓은 것을 모두 바로 고쳐 놓아야하기 때문에 그에게 우선 끈으로 목둘레에다 묶었다. 송아지이지만 황소의 기운으로 타고나 너무 힘세어 모두가 감당이 불감당이었다.
예전에는 소가 가족이다. 생구(生口, 牲口)라고도 하였다. 힘이 센 부룩송아지를 길들이기 위해 사전에 아버지는 물푸레나무를 휘어 묶고, 소죽솥에서 삶아 껍데기를 벗기고 기둥에 달아 놓아서 바람으로 말려두었다.
부룩송아지가 그렇게 가족들에게 애를 먹이자 기어코 아버지의 용단이 내려졌다. 감나무에 닦달하듯 달아매어 놓고 코를 뚫었다. 콧구멍에서 피를 흘렸다. 아버지는 왕소금을 한 움큼 뿌려서 피를 멈추게 하였다.
그렇게 부룩송아지를 졸업하고는 코뚜레로 인하여 황소가 되어 일을 잘하였다. 또 일 없을 때 방죽으로 나가 풀 뜯기며 더욱 힘을 키웠다. 황소가 후손을 많이 만들었다. 마침내 우리 집 소가 열한 마리로 불어났다.
(20200526. 윤사월 초나흘)
'(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 > 늚이의 노래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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