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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이른 아침에

[스크랩] (겨자씨)고사리 손(청림/20100-18기)

●수필과 지성 아카데미 과제 4. 겨자씨(3/26)

고사리 손

청림 이영백(18기)

 

 대한민국에 태어나길 잘하였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행복하다. 우리는 잘 사는 나라로 살기에 국민으로서 자랑스럽다. 중국에 들렸다가 광개토대왕릉을 거치면서 국경선을 맞대어 있는 북한에 소재한 산을 보게 되었다. 산의 구부능선까지 개간되어서 나무 없는 완전 민둥산이었다.

 잘 살게 된 국가가 되는 데 작은 일이지만 일조했던 초등학교 육학년 때의 일이었다. 사방공사가 국가사업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 아마도 1962년부터라고 생각된다. 5·16군사혁명 후에 국가사업 중에 사방사업을 시작한 것이 으뜸이었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정부가 수립이 되어도, 어찌하여 남·북으로 나뉘어 이념정쟁만 하였던 것인가? 어렵게 사는 국민들 형편은 아랑곳없었기에 더욱 산에 나무심기는 엄두조차도 못 내고 자꾸 사라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당시로서는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 사회적 현실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놓인 것을 누구보다도 필요한 것을 간파하고 있던 당시 박대통령은 감히 사방공사를 실시하였던 것이다. 사방공사는 잔디 씨를 먼저 뿌렸고, 비가 많이 와도 사태가 나지 않도록 산골짜기마다 물막이 공사도 병행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꾸 나무를 몰래 베어가기 때문에 급한 김에 사태방지도 되고 사람출입도 막을 수 있는 아카시아를 산에다 대량으로 심었다.

 삼림만 가꾸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강요할 수만은 없었다. 늦었지만 소득이 있어야 산을 가꾼다는 의미로 유실수재배를 시작하였다. 이어서 지속적으로 사방사업을 완수하기 위해서 잔디 씨 말고, 이차적으로 싸리 씨를 채취하도록 하달되었다.

 싸리는 본래 시골에서 많이 사용하던 나무이었다. 싸리는 베어서 일상적으로 필요한 소쿠리며 지게위에 얹는 바지게를 만들었고 그것으로 개바자도 쳤다. 또한 싸리나무는 연기가 나지 않는 최고급 연료이었다. 싸리나무가 매우 큰 것은 유명한 절의 기둥도 만들었다.

“내일 석굴암으로 싸리 씨 채취하러 간다.”

는 안내가 있었다.

 이튿날 좋은 날씨에 맞춰 싸리 씨 채취를 떠났다. 오전수업을 마치고 점심 후 싸리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석굴암으로 향했다. 어린 우리들은 학교에서 불국사를 거쳐 산골짝 길로 오르고 오동수 약수터를 지났다. 우리가 지나는 길 안내를 하듯 다람쥐가 나보란 듯 먼저 잘도 오른다. 허위허위 토함산 팔부능선 오늘날 통일대불이 있는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또 석굴암으로 내려가는 길을 간다. 칠여 킬로미터를 거뜬히 오르고 또 내려간다. 학생 모두에게 책보자기 하나씩만 들리어 있을 뿐이다.

 싸리나무는 줄기가 길게 자라고 잔가지가 많이 나면서 잎이 달리고 그 잔가지 끝부분에 적보라 꽃이 나 보란 듯 피어 있다. 꽃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군락을 이루면 그래도 제법 꽃의 자태를 갖추기도 한다. 꽃송이가 작아서 꽃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미미하다. 숲 어디선가에서 호로록 쪽쪽 새가 울어 준다.

 보라색 꽃이 지면서 그 꼬투리에 씨가 맺힌다. 달린 씨가 여물 때 마침 우리들이 싸리 씨 채취에 동원된 것이다. 비탈진 길이지만 조심스럽게 싸리 씨 채취를 위해 내려간다. 미끄러지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가시에 긁히고 피가 나도 우리는 달려들듯 그저 싸리 씨를 채취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모두가 책보자기의 양 가닥을 허리춤에 질끈 묶고 앞으로 나온 두 가닥은 등 뒤로 묶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시골 학생들이라 쉽게 채취해서 모을 준비를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이다. 한 사람도 아니고 학생 일백칠십 여명이 한꺼번에 싸리나무를 보고 누에가 뽕잎을 먹으려는 듯 보인다. 키 큰 싸리나무를 휘잡아서 끄트머리의 씨앗을 훑는다. 마치 아프리카의 불개미가 정글을 지나듯 똑같이 행동하고 있다.

 싸리나무 씨를 마구 훑어서는 잎이 달린 채로 그저 묶인 책보자기 속에 고사리 손으로 모아지기 바쁘다. 이렇게 반시간을 훑으니 가슴에 한 아름씩의 싸리 씨가 모이기 시작하였다. 선생님의 호각소리에 모두가 정신을 차리고 모여든 곳이 석굴암 요사 앞마당이었다.

 자기 몸에 묶어 둔 책보자기를 땅바닥에 풀고 싸리나무 잎이랑 줄기를 골라낸다. 채취한 싸리 잎은 입 바람으로 불어내고 싸리 씨앗만 모은다. 싸리 씨가 메밀 씨처럼 뭉툭 진 것이어서 붓기는 잘 불었다. 어떤 아이는 정말 많이도 채취하였다. 큰 책보자기에 가득 담기었다. 어떤 아이는 싸리 씨를 어렵게 채취하였기에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준비 해 온 자루에다 담고 마치 쌀자루 둘러매듯 가지고 간다. 어떤 여학생은 오후 내내 싸리 씨를 채취하였으면서도 질리지도 않았는지 싸리 꽃 하나 꺾어 머리에 꽂고 간다.

 우리나라 사방공사를 위해서 우리들 고사리 손으로 잔디 씨앗에서 싸리나무 씨앗까지 채취를 하여야만 했다. 그 때는 이것이 애국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아무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다. 물론 선생님도 국가시책에 적극 협조하라는 듯 보였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 본 우리나라 삼천리금수강산 대한민국 영토 아름다운 산, 푸른 산은 치산으로 아주 잘 가꾸어져 있다고 한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앞 세대에서 이렇게 치산을 위해 일하였고, 국가시책에 적극 협조한 것이 자랑스럽다. 초등학생의 고사리 손은 마치 겨자씨처럼 작지만 작두(雀頭)콩보다 더 크게 대한민국 국토를 푸르게 한 일을 하였다.

 얼마 전에 타계한 싱가포르 전 총리 리콴유는 대한민국을 방문해 본 후에‘짧은 기간에 높은 경제성장과 푸른 산으로 변하게 치산을 성공시킨 훌륭한 나라다’라고 극찬하였다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게 된 사연은 오래전 초등학생의 고사리 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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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 백(李 泳 伯). 1950년∼ . 경주産. 호 靑林. 대구교육대학 졸업.

       전)초등학교 교사·연구주임교사(8년).

       전)중·고등학교 자원봉사 국어교사(2년).

       전)영남이공대학 기획·홍보과장 및 교무과장 역임(26년 4개월).

       현) e이야기와 도시 대표.

      ♣기별 처-業務:752-0096, 自家:755-1640, 손기별:011-806-2010.

       ○카 페 : cafe.daum.net/purnsup

       ○블로그 : blog.daum.net/seon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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