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676. 모닥불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아무런 목적의식도 없이 마음의 모닥불*을 피워 놓고
잃어버린 세월의 시간을 기다린다.
즐거움을 생각하면 즐거움이 찾아 올 거고,
하염없이 모닥불 헤집는 것을 재미로 헤집는다.
어디에 목적을 두고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솔바람소리 무서우리만치 솔바람 소리를 느끼기 위해
땅 고개 숲 머리로 올라 수평선 바다를 내려다본다.
법에 의해 주어진 명령에서 두 번째 경험을 한다.
공당孔堂이 학문하던 곳이라면서
사월초파일 공휴일이었던 세월에
나만의 휴일을 즐기기 위해
반두 챙기고, 플라스틱 통 들고
유유히 유영하는 고기를 잡으려고 첨벙 물속으로 뛰어들다.
원하는 만큼 원하는 대로 죄 없는 민물고기만 잡는다.
알고 보니 그 날이 사월초파일 늦었지만 회개하고,
잡은 물고기 모두를 방생放生하여 주었네.
법에 의해 주어진 명령으로 세 번째 단항구〔甘浦〕에 도착하여
서른일곱 명의 조직 속에서 많은 사람들과 바다낚시를 한다.
새벽 조기청소 하던 날 쓰레기 모아 백사장에 모닥불을 피운다.
그리고 십은 소주 한 잔 두고 동료를 구천으로 이별하고,
진정한 모닥불을 피워 놓고 모닥불 속으로 동료 얼굴을 상상하며
먼저 간 동료의 영혼을 위로한다.
(푸른 숲/20100. 20141127.)
*모닥불 : ①잎나무 등을 태운 불의 더미. ②숯 부스러기의 더미로 피운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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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푸른 숲/20100(수필가 이영백)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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