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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20100의 습작 시

[스크랩] (푸른 숲/20100습작 시-ㄴ)439.낭사浪死

신작 시

439. 낭사浪死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옛날 봄이면 먹지 못해

낭사浪死*가 많았다네.

아무것도 아님에 죽는 목숨.

어찌 그리 바쁘게 죽어야만 했을까?

 

나의 막내 누이도 세 살에 죽으매,

아버지 나를 낳았음에도

혹 출생 신고하여 두어서 나까지 죽으면

사망신고 하기 귀찮아.

죽나 안 죽나 보고 일 년 지난 뒤에도 살았으니 호적에 올렸지.

 

못 먹어서 죽고,

치료 못해서 죽고,

목에 무엇이 걸려서 죽고,

아무도 돌보아 주지 못해서 죽고,

이래 죽고, 저래 죽고.

그 옛날에는 정말 쓸 데 없는 죽음을 많이도 맞이하였다네.

 

정말 억울한 것은

칠 년 대한 가뭄 끝에 배곯아 죽은 것은

낭사 중에 낭사로다.

 

이 억울한 죽음들이

부디

이후라도 평안히

제 갈 길로 잘 돌아가소서.

 

(푸른 숲/20100. 20140326.)

*낭사浪死 : 쓸 데 없는 죽음.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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